다사다난했던 2024년 갑진년(甲辰年)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 패션섬유산업은 지난해에 이어 고물가과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내수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올해 역신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경쟁력 있는 업체들은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했다. 온라인 시장에서는 ‘알·테·쉬’로 대표되는 C-커머스의 국내 공습이 본격화되고, 패션 대기업과 패션 플랫폼 업체 위주로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SPA 브랜드들이 화려하게 부활했고, 러닝 열풍에 ‘러닝코어(runningcore)’가 새로운 패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러닝화와 러닝 의류가 인기를 끌었다. 정부는 ‘섬유패션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마련, 글로벌 섬유패션 강국으로의 재도약 추진에 나섰고, 패션 업계 ESG 경영이 국내외서 인정을 받기도 했다. 올해 패션섬유업계에 벌어진 주요 이슈를 살펴봤다.
01_“내수 시장은 좁다”… 해외로 영토 확장
한섬 ‘시스템’ 갤러리 라파예트 시스템 팝업 스토어 매장 전경
올해도 국내 패션 업체와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K-패션의 글로벌화를 외치며 좁은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패션 대기업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이랜드와 F&F다. 두 업체 모두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며 해외에서 연간 1조 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코오롱FnC는 아웃도어 ‘코오롱스포츠’, 골프웨어 ‘왁’에 이어 패션잡화 ‘아카이브 앱크’로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고, LF는 ‘헤지스’, ‘마에스트로’, ‘던스트’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빈폴’과 ‘준지’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다. 한섬은 ‘시스템·시스템옴므’에 이어 ‘타임’으로 패션의 본고장 유럽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밖에 더네이쳐홀딩스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하이라이트브랜즈의 ‘코닥어패럴’,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젝시믹스’, 안다르의 ‘안다르’ 등 최근 국내 시장에서 급성장한 라이선스 브랜드와 애슬레저 브랜드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02_경기침체 장기화로 영업실적 악화
고물가가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패션업체의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저하에 지구온난화에 따른 고온현상으로 가을 상품 판매마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최대 성수기인 4분기 장사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패션업체의 경우 지난해 본격적인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도 영업실적이 부진했는데, 2년 연속 역신장하는 업체가 많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내수 기반 패션 대형사는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저하와 고온현상으로 영업실적이 대부분 크게 악화됐다. 올 3분기의 경우 삼성물산 패션부문, F&F, 한섬,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국내 패션업계를 대표하는 업체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섬유업계는 팬더믹 이후 글로벌 의류 수요가 회복되지 못하면서 원사 수요 또한 반등하지 못하고 저조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을 앞두고 중국의 단발성 처분 물량 증가로 해상 운임이 급증하는 등 악재가 겹치며 어려움을 겪었다.
03_고물가에 SPA 브랜드 ‘화려한 부활’
‘유니클로’ 롯데월드몰점
패션 업계가 경기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SPA(제조·유통 일원화) 브랜드들은 호황을 누렸다. 고물가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비싼 옷 대신 가격이 저렴한 SPA 브랜드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로고가 없는 깔끔한 디자인을 찾는 ‘드뮤어룩’이 유행하면서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국내 SPA 브랜드의 대표주자인 신성통상의 ‘탑텐’은 지난해 9000억 원대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해 1조원 돌파가 확실시 되고 있다. 이랜드월드의 ‘스파오’도 매출 호조세를 보이며 올해 6000억 원대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신흥 강자인 무신사의 ‘무신사 스탠다드’는 올해 오프라인에서만 1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유니클로’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는 2024년 회계연도(2023년 9월 1일∼2024년 8월 31일)에 전년 대비 15% 증가한 1조 602억 원의 매출을 기록, 1조원을 돌파했다. 유니클로는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 운동 영향으로 매출액이 급감했다가 5년 만에 1조 원대 매출을 회복했다.
04_달리기 열풍에 러닝화·러닝의류 인기
이랜드 ‘뉴발란스’ 러닝화 ‘퓨어셀 SC 트레이너 v3’
러닝(달리기) 열풍에 ‘러닝코어(runningcore)’가 새로운 패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러닝화와 러닝 의류가 인기를 끌었다. ‘러닝코어’는 달리기를 뜻하는 ‘러닝(Running)’과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스타일인 ‘놈코어(Normcore)’의 합성어로 러닝을 하지 않지만 일상에서도 관련 제품을 즐겨 신는다는 의미다.
전 세계적인 유행이 된 ‘러닝붐’은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것으로 신발 한 켤레로 당장 시작할 수 있고 방역 규제 등으로 폐쇄되는 실내 운동과 비교해 야외 운동이 더 안전하다는 이유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취미로 마라톤을 시작한 사람부터 달리기 동호회 ‘러닝크루(Running Crew)’까지 전국이 달리기 열풍에 휩싸이면서 국내 러닝 인구는 1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러닝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러닝화와 러닝 의류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무신사의 올해 1~9월 러닝화 카테고리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40% 증가했다. W컨셉에서도 올해 1~9월 러닝화 매출은 전년비 1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랜드의 ‘뉴발란스’는 러닝화 인기 영향으로 올해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05_C-커머스 국내 공습 가속화
‘쉬인’ 성수동 팝업스토어 내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 이어 중국 온라인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이 본격적인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 C-커머스의 국내 공습이 가속화됐다.
쉬인은 지난 4월 한국 전용 홈페이지를 열고 국내 시장에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쉬인은 2008년 중국 난징(南京)에서 설립된 온라인 패스트 패션 쇼핑몰 업체로, 2021년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기고,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약 150개 나라에서 3억여 명에 달하는 월간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올린 매출액은 약 450억 달러(62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쉬인은 다양한 입점 브랜드 제품, 보세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주요 수익원은 자체 브랜드, 주로 여성 의류를 만들고 판매하는 것이다. 특히, 알리와 테무는 광범위한 제품을 판매하지만 쉬인은 저가 의류를 전문으로 하고 있어 국내 패션 업체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06_패션 대기업·플랫폼 업체 AI 활용 활발
‘에이블리’ 홈페이지 화면
패션 업계에서도 AI(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이 활발한 한 해였다. 특히, 온라인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패션 대기업과 패션 플랫폼 업체 위주로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개인화, 빅데이터, 상품의 패턴, 소재, 컬러, 핏, 디테일 등 리치(Rich)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패션 카테고리 특성상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정교하게, 고객이 찾는 정보를 직관적으로 빠르게 제공해 고객의 구매의사결정을 완결적으로 지원 해 줄 수 있는 패션 플랫폼이 결국엔 최후 승자로 남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의 ‘에이블리’는 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AI 개인화 추천 기술을 패션 쇼핑에 도입하면서 론칭 5년 만에 거래액, 매출, 입점 마켓 수, 사용자 수까지 모든 분야에서 여성 패션플랫폼 1위에 올랐다. 후발주자로 시작한 에이블리가 빠른 속도로 업계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많은 셀러와 유저를 정확히 연결하는 ‘AI 개인화 추천 기술’ 때문이라는 평가다.
07_기능성 냉감 의류 신성장동력 부상
‘K2’ 냉감 의류 코드텐
지구온난화로 무더운 여름 날씨가 길어지면서 냉감 의류 시장이 주목받았다. 과거에는 기능성 의류라는 인식에 머물렀던 냉감 의류가 아웃도어 업계를 필두로 폴로셔츠, 집업 티셔츠, 조거 팬츠 등 냉감 기능을 적용한 다양한 상품군으로 확대되면서 신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현상을 냉방과 같은 에너지 소비가 아닌 의복에 기능성을 더해 체온을 조절하는 것으로 친환경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냉감 의류의 활용도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또한, 아웃도어 활동이나 퍼포먼스 등을 위한 테크 개념에서 일상에서 입는 라이프스타일 웨어로 냉감 의류 제품군이 확대, 아웃도어와 일상을 겸하는 냉감 의류들이 더욱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브랜드만의 전문성을 반영한 기능성 소재를 필두로 아웃도어와 일상을 넘나드는 더 다양하고 세분화된 스타일이 나오는 가운데 냉감 뿐만 아니라 항취, 방취, 항균 기능성을 더하는 등 냉감 제품의 차별화가 중요해 질 것으로 보인다.
08_ESG 경영 국내외 평가기관서 인정
2024년 코오롱FnC ESG활동보고서
패션 업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자리 잡으며 국내외 평가기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휠라홀딩스는 글로벌 ESG 지수인 FTSE4Good(사회책임투자지수)에 최초로 편입되며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FTSE4Good 지수는 런던증권거래소 산하의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평가해 발표하는 ESG 평가 전문 지수로, 전 세계 약 8,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ESG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F&F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글로벌 ESG 스코어에서 67점(100점 만점)을 기록, 2024년 Textiles, Apparel & Luxury Goods 부문에서 상위 3% 이내에 포함되며 7위(전체 188개 기업)에 올랐다(2024년 11월 13일 발표 기준).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2024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 대한민국 지속가능성지수(Korea Sustainability Index, KSI) 의류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2년 연속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09_‘섬유패션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 마련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지난 8월 13일 열린 섬유패션 업계 간담회 모습. 이 자리에서 산업부는 ‘섬유패션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월 섬유센터에서 섬유패션 기업,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국내 섬유패션산업의 현안과 향후 방향을 논의하고, ‘섬유패션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이 날 발표된 ‘섬유패션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은 △산업용 섬유시장의 급속한 성장 △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가속화되는 친환경 전환 요구 △제품 기획·생산·유통 등 전 방위로 확산되는 디지털 전환(DX)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섬유패션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통해 산업부는 첨단 산업용 섬유 육성, 섬유패션 밸류체인의 친환경 전환, AI·디지털 적용 확산, 섬유패션산업 기반 강화 등 4대 분야를 중점 추진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산업용․친환경 섬유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현재 2~3%)하고, 디지털 전환 수준을 60%(현재 35%)까지 높임으로써 섬유패션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10_패션 업계 세대교체… 2세 경영 본격화
지난 5월 27일 대한상공회의소 상의회관에서 열린 ‘제8차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 패션그룹형지 최준호 부회장.
패션 업계에 2세 경영이 더욱 활발한 한 해였다. 오너 2세들은 단순 지분 승계를 넘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는 등 사업 구조 재편에도 적극 나서 주목을 받았다.
패션그룹형지는 지난 9월 오너 2세인 최준호 부회장을 형지엘리트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최 부회장은 형지엘리트 사장에 선임된 이후 형지엘리트 학생복 사업의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현장 중심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세정그룹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최근 여성 패션 부문을 담당하는 새로운 법인 ‘OVLR’을 설립하고, 대표이사에 박이라 세정 사장을 선임했다. 박이라 대표는 세정 창업주인 박순호 회장의 3녀 중 막내딸이다.
BYN블랙야크그룹도 경영 전략과 브랜드 사업을 분리하는 본부체제로의 조직개편을 실시하면서 강태선 회장의 장남 강준석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