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체가 올 1분기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지난해 본격적인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도 실적이 부진했던 패션업체는 올 1분기에도 가계비용 증가로 소비자들이 의류 구매에 지갑을 닫으면서 분위기 전환에 실패했다. 의류 수출업체 역시 글로벌 경기가 더딘 회복세를 보이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화섬과 면방 등 섬유업체는 지난 몇 년간 불황에 허덕인 뒤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60개 업체 중 매출액 증가 20개 불과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거래소와 코스닥에 상장된 12월 결산 60개 패션섬유 업체들의 올 1분기 영업실적을 조사한 결과 매출이 증가한 업체는 20개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1개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이다. 또 영업이익이 증가하거나 흑자전환한 업체는 지난해 26개에 비해 소폭 줄어든 22개에 그쳐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소비위축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휠라홀딩스의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 1826억 원, 영업이익은 163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7%, 1.8% 증가했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골프 관련 자회사 아쿠쉬네트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지속되는 강세에 힘입어 한 자릿수 증가한 939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휠라 부문은 본격적인 중장기 전략 수행 속 실적 개선의 긍정적 신호를 보이며 한 자릿수 증가한 242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휠라그룹은 장기적인 호흡으로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제품력 강화, 마케팅 투자 확대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휠라USA는 할인판매 감소에 따른 매출 개선을 보이고 있으며, 국내 자회사 휠라코리아의 경우 24SS 출시한 신제품이 소비자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어 하반기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영원무역의 올 1분기 매출액은 7097억 원, 영업이익은 71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6%, 57.5% 감소했다. 최근 몇 년간 호실적을 이어가던 영원무역의 부진은 OEM 생산기지인 방글라데시의 최저 임금 상승과 자회사인 스위스 프리미엄 자전거 업체 스캇의 재고 할인 판매 증가로 이익이 급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부문은 ‘룰루레몬’, ‘아크테릭스’, ‘파타고니아’ 등 주요 고객사들의 매출 호조로 선방했다.
한세실업의 올 1분기 매출액은 4118억 원, 영업이익은 38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3%, 6.1% 증가했다. 이 회사는 수익율이 좋은 액티브웨어 비중이 늘고,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 확대를 통한 생산 효율성 제고 및 원가율 개선 노력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패션, F&F도 실적 악화
내수 기반 패션 대형사는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F&F, 한섬,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등 주요 업체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가운데 LF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교적 선전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올 1분기 매출액은 5170억 원, 영업이익은 5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5.3% 감소했다. 지난 2022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매출액 2조원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 1분기에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감소세로 전환했다.
F&F는 올 1분기 매출액은 50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302억 원으로 12.5% 감소했다. F&F 역시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마찬가지로 지난 몇 년간 호실적을 기록했으나 최근 들어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과 ‘MLB’의 성장세가 한국과 중국에서 한풀 꺾이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LF의 올 1분기 매출액은 4466억 원, 영업이익은 24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107.8% 증가했다. LF푸드, 막스코, 씨티닷츠 등 자회사의 매출 호조 영향이 컸다.
한섬의 올 1분기 매출액은 3936억 원, 영업이익은 32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40.1% 감소했다. 고물가로 인한 의류 소비 위축으로 매출이 소폭 감소했고, 신규 브랜드 론칭 및 글로벌 패션 시장 진출에 따른 초기 투자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올 1분기 매출액은 309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12억 원으로 8.9% 증가했다. 특히, 코스메틱 부문이 매출액 1043억 원, 영업이익 65억 원으로 각각 13.5%, 16.7% 증가하며 전 분기를 통틀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중견 아웃도어·골프웨어도 부진
아웃도어와 골프웨어의 호황으로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한 중견 패션업체들도 올 들어서는 대부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더네이쳐홀딩스의 올 1분기 매출액은 1272억 원, 영업이익은 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49.1% 줄었다. 고물가와 고금리 장기화 영향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하락하며 회사의 전체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 영업이익 부분에서는 신규 브랜드 론칭에 따른 초기 비용 증가, 중국을 포함한 중화권 내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매장 확대에 따른 인건비 및 광고선전비의 상승이 이어지면서 이익이 감소했다.
크리스에프앤씨의 올 1분기 매출액은 701억 원, 영업이익은 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91.5% 감소했다. 골프웨어 시장이 침체되고 ‘하이드로겐’ 등 신규 아웃도어 론칭으로 비용이 증가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반면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올 1분기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실적 순항을 이어갔다. 매출액은 53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했다. 특히, 주력 브랜드인 ‘젝시믹스’는 10% 상승한 506억 원을 기록하며 견조한 매출 성장을 만들었다. 영업이익은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한 인프라 준비로 7% 감소한 34억 원을 기록했다.
섬유업계 불황의 긴 터널 벗어나
섬유업계는 화섬과 면방 모두 실적 불황의 긴 터널을 벗어나는 모양새다. 화섬업체는 중국의 리오프닝 영향으로 주력 제품 수요가 늘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면방업체는 원재료인 원면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영업이익이 호전됐다.
효성티앤씨의 올 1분기 매출액은 1조8796억 원, 영업이익은 76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 9.8%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3.5%, 20.5% 감소하는 등 실적이 악화됐으나 스판덱스 수요 확대로 판매량이 늘면서 올 들어 실적이 개선됐다.
휴비스의 올 1분기 매출액은 224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72억 원을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67.4% 개선됐다. 글로벌 경기 불황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주력 시장인 유럽에서의 판매 회복과 미국 시장의 수요가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고, 국제 분쟁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유가 및 에너지가 안정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실적 회복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디아이동일, 일신방직, 경방, 전방 등 면방업체는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대부분 흑자전환했다. 지난해의 경우 10년 만에 가장 비싼 원면을 사용하면서 큰 폭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상대적으로 원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여전히 매출은 감소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