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 선수가 꿈이던 소년, 헤리티지 톱디자이너가 되다
이선우 서울쇼룸 대표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한국은 K-팝을 기반으로 트렌디하고 다이나믹한 곳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의 패션은 디자인과 생산에 있어 유럽과 중국에 밀려나 K-패션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레트로를 모르는 뉴트로. 헤리티지가 없는 트렌드. 이제 무엇이 한국의 패션인지 역사와 트렌드를 찾아 K-패션의 헤리티지를 정립해야 할 때이다.
이번 호에는 한국 패션의 헤리티지를 남겨 나가는 박윤수 디자이너의 이야기와 그의 브랜드 ‘빅팍(BIG PARK)’을 소개한다.
‘빅팍’ 24SS 컬렉션
필자는 청담동에 있는 빅팍의 쇼룸이자 아뜰리에를 종종 방문한다. 참 바쁜 도시생활 중에 멋지고 예쁜 공간에서 좋은 옷과 함께 박윤수 디자이너가 손수 내어주는 오미자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 스토리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빅팍 쇼룸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듣게 된 박윤수 디자이너의 스토리를 몇 가지 들려드린다.
Q. 브랜드 빅팍 및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한국에 몇 안 되는 헤리티지 브랜드 박윤수로부터 패션을 시작합니다. 2011년에 빅팍을 론칭 했고, 올해 13살이 됐습니다. 구조적이고 오버사이즈적이고 하지만 그 속에서 여성성과 남성성이 복합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시즌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24SS 컬렉션 테마는 ‘지금이 꿈 : Phantasmagoria’ 입니다. 현대미술가로서의 면모를 조망할 수 있는 황석봉 작가의 작품들에 영감을 받아 구상했습니다.
‘빅팍’ 24SS 테마
Q. 국내 1세대 패션 디자이너이자 최다 패션쇼를 진행한 현역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는데, 부담스럽지 않으신가요?
A. 30년 동안 60회를 넘는 컬렉션을 하고 있으니까 컬렉션을 안 하면 마치 직업에 대한 직무유기 같은 부담감이 굉장히 컸습니다. 바로 이 컬렉션을 통해서 나의 버팀목이자 나의 존재감을 확인을 하고 매 시즌 가슴 떨리는 작업이었고, 앞으로도 가슴 떨리는 작업해야 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숙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Q. 처음부터 디자이너를 꿈꾸셨나요?
A. 그림을 전공했지만 처음에는 럭비 선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중앙디자인콘테스트에 입상하면서 본격적인 디자이너의 꿈을 실현해나가기 시작했어요.
Q.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요?
A.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무던히 노력하고 인내하고 힘들었기 때문에 지금의 보상을 받는 것 같아요. 사물에서 영감을 받는 것보단 감정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어릴 때 어머니 화장대에 있던 향수병 이런 것들이 디자인으로 재해석돼요.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세계로 접근하죠. 사람들은 감정이 유발되기를 좋아해서 호기심도 많이 자극을 하고 스토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Q. 브랜드(or 디자인)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A. 나 닮은 젊은 사람이 한 사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너무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새로운 시장에 도전을 젊은 사람하고 소통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서 저 닮은 젊은 사람 한 사람만 어디서 빌려왔으면 좋겠습니다.
Q. 현재 K-패션에 대한 의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전 세계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커졌죠. 영화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세계의 시장의 문턱이 훨씬 낮아졌습니다. 젊은 디자이너들이나 기성 디자이너들이 세계 시장에 한국 패션을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마련돼서 K-패션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목표(or 계획)와 디자이너를 꿈꾸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너 지금 하고 있는 일 꾸준하게 참고 일해. 이건 패션 디자이너가 아니라 오랫동안 인생을 살아온 사람의 어록으로서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에 몰두하면 그게 행복한 것이다.” 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어떤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A.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꾸준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게 성공하고 행복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세상에 박윤수라는 세 글자를 남길 수 있어서 행복했는데, 죽기 전에 이 세 글자 이름값을 하고 가야죠.
‘빅팍’ 쇼룸에서 프랑스 바이어와 미팅 중인 박윤수 디자이너
헤리티지는 사전적으로 자연, 사회, 문화 등등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인류의 유산을 의미한다. 박윤수 디자이너는 한국의 패션의 전망과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밝고 따뜻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필자는 이렇게 한국 패션의 유산을 남기고 있는 박윤수 디자이너를 보면서 이런 헤리티지를 과연 이어갈 수 있는 디자이너, 그리고 한국 패션의 기틀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플랫폼이 패션 트렌드와 소비를 주도하면서, 소장가치가 있는 스토리가 쌓여가는 헤리티지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찌 보면 현 시대의 패션은 과거의 패션과 달리 소비 지향적 문화의 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패션은 없어지지 않으며, 결국 트렌드의 물결이 지나가고 나면 남겨진 모래 위에 성을 짓지 않기 위해서 튼튼한 기틀이 있는 헤리티지가 존재해야 한다. 한국 패션의 헤리티지를 지금도 남겨가고 있는 박윤수 디자이너의 빅팍. 청담동에 가면 꼭 빅팍 쇼룸을 들러보기 바란다.
‘빅팍’ 24SS ‘지금이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