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특별기고] 동대문패션타운 활성화를 위한 제언

동대문패션타운은 시장이 아니라 산업집적지다
박우혁 기자  유통 2024.02.2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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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 박중현 회장

상인은 줄고 공실은 증가하고 또 방치되고 관광객이 늘어도 매출은 기대할 수 없다. K패션의 발원지인 동대문패션타운의 현재다. 그런데도 동대문패션타운은 여전히 한국 패션산업의 상징이자 K패션의 발원지다. 최근에도 K패션의 신화를 배우고자 외국 기관과 단체방문객이 찾고 있는 패션산업의 성지다.

필자는 기회 닿을 때마다 동대문패션타운 활성화 방안으로 ‘정품인증사업’과 ‘기동본부 이전’ 등 여러 방안을 꾸준히 반복해서 제안하였기에 이번에는 동대문패션타운의 정체성 재정립과 대규모 공실 문제를 논의코자 한다.

첫째, 동대문패션타운은 시장이 아니다. 동대문패션타운은 산업지다. 상인을 비롯한 십만여 종사자가 상품기획, 원자재 구매, 제조, 유통에 이르는 패션산업 전반을 담당하고 있지만, 시장으로 분류되면서 정체성 상실과 소관 부처가 모호하게 되었다. 따라서 ‘동대문시장’으로 불리더라도 ‘산업지’에 걸맞은 사업과 정책을 발굴해야 한다.

현재 동대문패션타운 34개 상가는 ‘유통산업발전법’에 의한 대규모점포(21개)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한 전통시장(13개)으로 나뉘어 있다. 동대문패션타운의 대규모점포는 전통시장과 같은 내용의 사업을 하지만 지원보다 의무가 크다. 전통시장도 전통시장법이 동네의 재래시장 지원에 맞춰졌었기에 상권 규모와 특성에 맞지 않은 사업이 대부분이다.

일례로 전통시장 지원사업인 명절 이벤트의 경우 ‘제수용품’의 할인율과 판매 점포 수가 주요 평가 항목으로 되어있어 패션상권인 동대문패션타운의 13개 전통시장은 참여가 불가하다. 이는 사업 내용의 문제가 아닌 각 전통시장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결과다.

물론 전통시장에는 시설현대화를 비롯한 여러 지원 정책이 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인 동대문패션타운도 당연히 그런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패션산업을 담당하는 부처에서 현장과 소통하며 전통시장 지원책을 포괄하여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산업지에 걸맞은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동대문패션타운 활성화의 첫걸음일 것이다.

참고로 산업현장을 시장으로 접근하는 순간 제조자인 상인과 공장이 분리되고 소관부서가 달라지고 상생이나 연계는 사라진다.

둘째, 동대문패션타운의 공실은 임대가 불가하다. 20여 년에 걸쳐 1만 개를 상회 하는 빈 점포가 방치된 곳이 세계적인 패션 메카 동대문패션타운의 현재 상황이다. 점포가 비어도 다른 용도로는 임대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시대에 누적된 1만여 개의 공실이 다시 옷 가게로 살아나길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사실상 달리 방법도 없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이론상 법적으로는 가능하나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판매시설인 A라는 상가 3층 전체가 십 년째 비어있다. 점포 3백 개에 점포주가 3백 명인데 최근 B라는 회사가 3층 전체를 사무실로 임차하겠다고 했다. 가능할까? 판매시설을 사무실 용도로 임대하려면 용도변경이 선행돼야 한다. 해당 구청엔 아파트처럼 3백 개 점포 각각의 위치, 면적, 용도, 소유주 등이 등재된 3백 개 건축물대장이 있다. 용도변경을 위해선 먼저 이 3백 칸을 한 칸(공동소유)으로 만들어야 한다. 공실 해소를 위해 상가 점포의 위치가 가진 장단점에 대해 어떤 이의도 없다는 내용을 포함한 점포주 100% 동의서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다. 120개 점포가 은행에 담보 설정이 되어있고 50개는 압류와 기타 설정 상태다. 15개 점포는 공실 관리비가 장기 연체되어 법원경매가 예상된다. 이런 현황을 극복하고 3백 칸을 한 칸으로 묶어서 용도변경을 할 수 있을까? 현실에선 불가하다.’ 이것이 현재 상황이다.

십여 년이 넘도록 임대료 한 푼 받지 못하고 공실 관리비만 납부하는 상황이라도 100% 동의는 불가하다. 설령 동의를 하고 싶어도 다른 점포주들의 대출과 압류와 연체관리비를 함께 짊어질 수는 없다.

아직 배가 덜 고파서라는 비아냥은 안 된다. 대부분 단칸 점포주이며 임대료를 생활비에 보태는 분들이다. 상권의 악성 공동화는 도심 주변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결국 패션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다.

수년 전 법무부 심의관도 다녀갔고 지자체도 관심을 가졌으나 진척은 없다. 오랫동안 비어있는 공간의 점포주들이 동의한다면 한시적으로 타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이 현재로선 유일한 해결 방안일 것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동대문패션타운을 단순한 시장이 아닌 패션 제조 유통산업지로 분류하여 산업부에서 산업지에 맞는 정책을 현장과 함께 준비하고, 다양한 용도로 공실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신속한 법 개정을 논의하여서 추진하면 된다.

여전히 동대문패션타운 내에서 ‘동대문상권활성화’를 내걸고 ‘동대문상권만 빠진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혹자는 상권의 목소리가 없다고 한다. 생계가 달려 밤새 장사하고 공장을 돌아야 하는 상인들에게 피켓을 들자고 할 수는 없다. 누군가가 그들과 연관 산업 종사자들을 위해 나서야 한다.

작년부터 DDP 디자인장터 유리 부스 안에는 말라죽은 거대한 나무뿌리가 동대문 패션타운의 구세주라는 듯 모셔져 있고, 기적이 일어나 그 뿌리가 살아나 새순이 돋고 잎이 무성하여 동대문패션타운 종사자들의 쉴 곳이라도 되어줬으면 하는 헛헛한 꿈을 꾼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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