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4차 산업혁명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산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의 섬유패션 산업이 가야할 길<2>
박우혁 기자  패션 2020.02.2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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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규 건국대 화학공학부 교수/상허교양대학 학장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3D 프린터 등 전 산업에 걸쳐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빠르게 적용되면서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섬유패션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존의 시장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시기에 국내 섬유패션업체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건국대 박창규 교수의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의 섬유패션산업이 가야할 길’을 6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늘 날 우리는 우리의 근면함과 성실함을 기반으로 개인소득 3만 불 시대의 한강의 기적이라는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일구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면야 다행이지만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급성장으로 우리 산업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 날 세상이 원하는 값싸고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공급해왔던 우리의 성공방정식은 더 이상 유효해 보이지 않는다. 섬유패션 산업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날 우리의 역할은 이미 상당 부분 외국으로 넘어갔다. 이대로 침몰할 수는 없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야 한다.

주인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

우리는 지금까지 3차례에 걸친 산업혁명을 거쳤다. 1차 산업혁명 때는 그야말로 조선말의 세도정치와 쇄국정치로 우리는 산업혁명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도 못했다. 그 결과 일제에 의해 치욕적인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1차 산업혁명 시대 마치 우리는 어둠 속에 그림자와 같은 존재였다. 아무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었다. 이후 2차, 3차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 불모지에서 그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일구어냈다. 우리는 지금 잘 사는 나라다. 그렇다고 해서 2차, 3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가 주역으로서 이를 주도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 이 시절 우리는 이 세상의 주인은 아니었다. 그저 우리는 주인의 말을 잘 듣는 하인처럼, 연극의 조연배우나 관객의 위치에 서서 경제성장을 해왔다. 우리는 그저 주어진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하는 그런 일들을 해왔다. 그런데 이제 그런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 세상이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아이가 자라면 학교에 가야 하듯, 성인이 되면 스스로 밥벌이를 해야 하듯 세상은 이제 우리에게 나가서 알아서 살라고 한다. 참 난감한 일이다. 하인에게 주어지는 주인으로서의 삶은 한편으로는 자유로움이자 희망이지만 한편으로는 무섭고 두렵고 도전이다.

4차 산업혁명은 그야말로 우리에게 주인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이다. 혁명은 본질적으로 세상의 주인을 바꾼다. 하인으로 살던 우리가 세상의 주인으로 등극하려면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마치 우리들에게 고려시대 노비들이 일으킨 난과도 같다. 남들이 하는 혁명이 아니라 우리가 혁명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혁명이 성공해야 우리가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그러기에 4차 산업혁명은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4차 산업혁명이 뭔지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드물다. “그저 내 생활이 좀 편리해 지는 첨단 IT 기술이 만드는 세상.”이라거나 조금 관심을 가진 이들조차 “‘초연결’,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등이 지배하는 세상.” 정도로 여긴다. 이 정도의 상식으로 4차 산업혁명을 우리가 주도해서 성공하기는 어림도 없다. 이제 정말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변화를 알아야 그것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 고지를 어딘지도 모르고 어떻게 고지를 점령할 수 있겠는가?

필자도 사실 IT융합 연구를 30년 가까이 해오고 있는 전문가로서 처음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접했을 때, 크게 낯설지가 않았다. 이미 90년대 초 대학원 때 이미 최근 화두가 되는 CAD/CAM과 컴퓨터 그래픽스, 데이터베이스 같은 IT 관련 분야를 접했었고, 로봇 프로그램도 할 줄 알았다. 1997년 ‘인공지능과 3차원 화상분석을 이용한 섬유제품의 품질관리 시스템 개발’ 이란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취득하면서, 이후 비교적 섬유패션 분야에서 IT-섬유패션 융합 1세대로 나름대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같은 것으로 설명되는 4차 산업혁명은 그저 새로운 말 만들기 좋아하는 IT나 경제 전문가들의 개량품정도로 여겼었다. 당시에는 뭐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 정도 상태를 유지하면서 학교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초청 강연도 다녔었다. 당시 그저 남들처럼 4차 산업혁명을 설명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오늘 날 4차 산업혁명 관련 수많은 강연과 서적이 있지만 대부분 이와 같은 수준들이다. “착각은 자유지만 오해는 금물이다”라는 말이 있다. 고양이가 자신이 호랑이로 오해하면, 실제 그 고양이는 호랑이를 만나면 죽는다. 자신을 고양이로 알아야 도망이라도 가서 산다. 아예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고양이는 거울보고 공부라도 해서 자신이 고양이라는 것을 알면 된다. 따라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오해하거나 대강 알면 안 된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우린 죽는다.

3차례에 걸친 산업혁명의 특징

이런 무식한 나의 착각과 오해는 불과 1~2년 만에 그 실체가 드러났다. 미국이나 유럽의 소위 4차 산업혁명이나 인더스트리 4.0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더러는 그 개념을 필자보다도 모르는 사람들도 만난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 공통적으로 내게는 매우 낮선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내가 아는 4차 산업혁명과 다르네. 대체 뭐지?” 한동안 열심히 관련 공부하고 자료를 찾아봤다. 이제 필자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아낸 것 같다. 이제 이 글을 읽는 독자들과 4차 산업혁명 실체를 공유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가장 알고 있는 ‘옷’을 비유로 설명해 보겠다. 공감하길 바란다.

우선 산업혁명 전에 옷은 ‘엄마’가 만들었다. 수작업에 의해 엄마는 수요자인 자녀들의 옷을 직접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자녀들이 어떤 색상의 어떤 옷을 좋아하는 지, 무슨 소재를 좋아하는 지, 옷을 입고 누구를 만나며, 뭘 하고 다니는지 알아보고 나서, 자녀들 각각의 체형에 따라 천을 가위질하고, 봉제해서 각 자녀들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만들어 주었다. 소위 가내수공업에 의한 자급자족의 형태였다. 당시 옷은 사고파는 대상이 아니었다. 이때 세상은 가가호호 수많은 엄마들의 것이었다.

1차 산업혁명은 ‘기계’가 옷을 만들어 주었다. 18세기 중엽 영국을 중심으로 증기기관이 기폭제가 되어 동력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지고, 인간의 노동력이 기계로 대체되는 시대이다. 기계가 놓일 공장이 지어지고, 공장은 당시 자본가들에 의해 설립된 기업의 형태로 지어졌다. 비로소 기업이 지배하는 세상이 시작된 것이다. 이 시대에 세상의 주인이 공급자로 바뀌었다. 수요자 중심이었던 세상이 공급자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은 세상을 단순화시키기 시작했다. 옷은 1년에 S/S, F/W 두 번 나오는 것으로 단순화 되었다. 또한 미리 만들어 놓고 파는 기성복이 등장했다. 산업혁명 이전 세상을 지배하던 사람들은 이때부터 새로 등장한 주인인 기업이 운영하는 공장의 노동자로 취업하기 시작한다. 자녀들 각각에게 옷을 맞추어 주던 시대는 사라지고, 자녀들은 ‘대중’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저 대중적으로 혹은 일반적으로 좋은 옷들이 등장했다. 이때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샤넬, 루이뷔통, 디오르 같은 럭셔리 패션들이 일반 대중들에게도 소개되었고, 라파엣이나 쁘렝땅 같은 백화점들과 부티크 로드샵들이 이 세상의 주인으로 등장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2차 산업혁명은 전기에너지가 공급되는 ‘전기 기계’가 옷을 대량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량 기성복은 ‘브랜드’로 치장한 후, 라디오나 TV 등 매스미디어를 타고 대중들에게 전 세계적으로 확산 보급된다. 동력의 기술혁신으로 증기기관이 전기에너지에 의한 모터(motor) 기관으로 대체된 후, 과잉생산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재고’라는 개념을 만들어냈고, 재고를 줄이기 위한 기업들의 온갖 마케팅 수단들이 등장한다. 산업혁명 이전 수요자를 특정해서 오로지 입기위해 만들어졌던 제품들은 재고라는 개념이 없었다. 이 시절 대량생산으로 인한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은 극대화 된다. 전기에너지는 주로 석유화합물로부터 추출되기에 이 시기에는 화학공학 기술이 오늘날 IT처럼 각광받을 때였다. 나일론 같은 화학섬유가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며, 대량의 섬유패션 바이어 오더가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활발한 무역거래도 일어난다. 갭, 폴로, 베네통 등 대량생산을 통해 고급 패션 제품들이 일반 대중화 되고,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아웃도어 의류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또한 월마트, 타겟 같은 대형 할인점이 등장하고, 각 브랜드별로 유통 체인점들이 등장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대형 제조업체, 도·소매기업, 무역중개업체들이 역할을 구분하며 새로운 세상의 주인으로 등장했다.

디지털 혁명으로 불리는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나 인터넷 혹은 무선 인터넷이 연결된 ‘자동화 기계(혹은 정보화 기계)’가 옷을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마이크로프로세서(microprocessor), 전자회로, 디스플레이, 메모리, 센서, 무선통신 등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 혁신으로 모든 산업에서 다품종 생산이 일어나고, 온라인을 통한 문화, 서비스,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 등 IT산업이 급속히 발전한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섬유패션에서는 자라, H&M 등 소위 SPA나 패스트 패션이 블랙홀로 마치 이 세상의 모든 패션을 빨아들이듯 흡수하면서 새로이 이 세상의 주인으로 등장한다. S/S, F/W의 구분이 없어지고, 아마존이나 온갖 종류의 패션 쇼핑몰 등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면서 시·공간의 개념이 사라지게 된다. 또한 SNS와 같은 다양한 소통 수단을 사용해서 기업들은 ‘Buy now, Wear now!’ 같은 슬로건들을 외치기 시작한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엄마 기계’

이렇듯 3회에 걸친 산업혁명은 이 세상의 주인들을 바꾸며 진행 되었다. 물론 기존의 주인들이 새로운 산업혁명이 오더라도 폭삭 망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세상에서 왕좌의 자리는 신흥 세력에게 물려주었다. 이 자리는 늘 혁명군이 차지하는 자리였다. 세상의 이치는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2차 산업혁명 시절 세상을 호령하던 듀폰은 왜 3차 산업혁명 시대의 구글이 되지 못했을까? 그리고 월마트는 왜 아마존에게 유통의 왕관을 내 주었을까?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정보가 부족한 것도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언젠가 한 학생이 물었다. 아마존의 최대 약점이 무어냐고. 필자의 소견은 이렇다. “아마존이 이 시대의 모든 것을 가진 것이 최대의 약점이라고.” 여태껏 왕이 혁명을 하는 경우를 역사상에서 본 적이 없다. 최근 폐쇄한 4차 산업혁명의 최대 아이콘이었던 독일 아디다스의 스피드팩토리. 정말 되새겨볼 일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엄마 기계’가 옷을 만들어 준다. 산업혁명 이전에 엄마가 자녀의 옷을 만들 듯이 각종 기계, 시스템, 장치, 소프트웨어 같은 것들을 사용해서 옷을 만든다. 즉, 자녀들 각각의 체형, 선호, 상태 등을 고려해 자녀들에게 최적의 옷을 만든다. 그저 대중적인 일반적인 옷을 절대 대량으로 만들지 않는다. 기성복처럼 미리 만들어 놓고 고르라고 하지도 않는다. 자녀들의 상황이 파악되지 않는 한 디자인하고, 만드는 일은 절대 먼저 일어나지 않는다. 수요자의 체형이나 특성과 취향을 알아내기 위해 3차원 스캐너,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같은 첨단 기술이 사용되고, 가상현실과 로봇, 가상물리시스템 같은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 공장에서 옷은 만들어 진다. 아디다스의 3차원 프린팅, 로봇 등을 이용한 개인 맞춤 생산시스템인 스피드팩토리 같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4차 혁명시대 첨단 기술들은 이 세상을 산업혁명 이전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단, 수작업 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 각종 첨단 융합기술로 무장하고 엄마의 특성과 기능을 소환하는 것이다. 다시 수요자 중심의 맞춤복 시대가 오고 있다. 대량의 바이어 오더는 엄마들의 낱장 오더로 변화된다. 이미 이런 가치를 지향하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사실 스타트업이라고 하기엔 이미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이들은 IT 융합 혁명군을 이끌고 이 세상의 왕좌를 차지할 준비들을 하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맞춤패션 전문업체인 재즐, 쓰레드리스, 에버레인, 추시, 독일의 스프레드셔츠... 이들 기업에 대한 고찰은 본 지면을 통해 추후 상세히 다루고자 한다.

어쨌거나 세상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우리도 이런 변화에 뛰어들어야 한다. 혁명은 초기에 가담해야 몫이 있다. 다 끝나고 나면 참여하지 않은 자들을 위한 자리는 없다. 브랜드가 판치고, 서로 대량으로 오더를 받기에 여념이 없으며, 패스트 패션을 따라하려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에는 너무 높은 진입장벽이 있거나, 너무 치열한 아귀다툼이 있다. 혁명은 이런 다툼을 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최근 등장하는 스타트업들은 샤넬하고도 경쟁하지 않으며, 나이키나 자라에게도 싸움을 걸지 않는다. 바닷가 근해에서 서로 경쟁하는 멸치잡이를 뒤로하고 참치를 잡으려 대양으로 나간다. 이들이 곧 이제껏 그래왔듯이 이 세상을 지배하는 공룡으로 등극할 것이다. 이 새로운 세상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더 이상 지킬 영토가 없는 우리는 반드시 이번에 격동하는 영토전쟁에서 한 자리를 차지해야한다. 그래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알고 도전적으로 주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도 우리의 혁명은 성공할까 말까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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