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특별기고] 지역대학 좋은 교수가 되기 위한 조건

박문수 청주대학교 예술대학 아트앤패션디자인학과 교수
박우혁 기자  기타 2023.01.2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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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수 교수/청주대학교 예술대학 아트앤패션디자인학과

지난 연말 지역의 모 대학 패션관련학과 교수님 한 분이 나를 찾아왔다. 약속 시간 한 시간 전에 그 대학 학과를 인터넷 검색을 한번 해 보았다. 수년 전에 올렸던 학과 블로그 몇 개가 전부였다. 최근의 학과 관련 기사 하나, 블로그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내심 놀랐다. 대학의 학과 입시홍보가 너무나도 중요한 때인데...

“요즘 입시 때문에 너무 힘들어 박교수님을 조언을 듣고자 찾아왔습니다.”
약속 장소에 앉자마자 한숨 섞인 목소리로 이 말부터 꺼낸다. 정시를 마감했더니 3:1도 안 된다면서 이러다 학과가 폐과가 될듯하다고 걱정과 원망이 섞인 표현들을 계속해서 내뱉는다.

나는 이런저런 입시 제도와 관련되는 핵심과 대학의 대응 그리고 학과의 노력, 그리고 입시와 직결되는 재학생들의 취업이야기 등 경험적인 내용을 풀었다. 학생지도와 관리. 산학 연계 활동, 각종 학과 평가, 교수 평가 지표 관리 등의 얘기들을 하다 보니 지역대학의 학과 생존까지도 서로 공감하며 장시간을 그 분과 함께 했다.

작금의 대학 현실이 어디 이 대학 이 학과만의 문제일까! 이번 정시가 마감되면서 혹시나 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의 많은 대학들은 이제 이 결과를 받아들고 소리 없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대학들이 입학정원 미달이라는 가장 두려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학과 생존의 문제가 현실화된 것이다. 각 대학마다 학과 통폐합 또는 학과 폐지라는 가장 강력한 대책을 들고 나올게 뻔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근본적인 물음은 당연하다. 그리고 국가의 정책과 각 지역 대학들의 미래 대응 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런 현실을 마주하면서 수많은 지역대학 교수님들께 묻고 싶은 질문이 하나 생겼다.

“아니 교수님! 10여 년 전부터 대학 입시자원 부족 얘기가 신문을 도배하듯 했었는데 지금까지 뭘 하셨어요? 학과별로 세웠던 학과 입시전략과 차별화된 학과 교육 전략이 있으면 한번 말씀해 보세요.”
이렇게 질문하면 대부분 이렇게 대답한다.
“아무 일도 안 한 것은 아니고요. 교과과정 개편했고요. 새로운 교수도 뽑았고요..”

산업계에 오래 몸담았던 나는 이런 생각부터 하게 된다. “고객은 계속 줄거나 사라지는데 상품만 계속해서 만드는 꼴이다”라고 말이다. 교과과정도 중요하고 새로운 교수자원도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학교에 그리고 학과에 학생들이 없어지고 있지 않은가? 더 심하게 말하자면 교수들이 일하기 쉬운 업무만 학내에서 만지작거리는 게 아닌가? 변화와 개혁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터닝 포인트의 시기에 말이다.

지역의 수많은 대학들이 처한 엄중한 현실 앞에서 교수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가장 단순하고 명료한 전략들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앞으로 입시는 학과 스스로 해야 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 전략이 필요하다. 대학입학처나 홍보실에만 의존하는 입시로는 이제부턴 안 된다는 얘기다. 학교가 해야 할 입시전략과 각 학과가 해야 할 입시전략에 차별화가 필요하다. 대학 본부가 숲이라면 학과는 나무라는 생각을 가지고 숲과 나무 전략을 함께 짜야한다는 얘기다. 과연 각 대학의 입시 관련 부처가 패션 학과의 교수들보다 패션전공을 희망하는 고교 3학년들의 생각과 미래직업들을 더 많이 알고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당연히 학과 교수진들이 수험생 학생들의 생각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학과의 교수진이 합심하여 입시전략을 세우고 홍보 전선에 직접 총(?)을 들고 투입되어야 한다.

둘째, 학과 차별화 또는 특성화 전략이다. 아마도 수많은 대학들과 학과들이 오래전부터 지속해서 사용한 단어가 ‘차별화’ ‘특성화’라는 단어였을 것이다. 이젠 너무도 흔해져서 전혀 새롭지 않고 마음에 와 닿지도 않는다. 하지만 입시홍보 전략에 차별화된 학과 또는 특성화된 학과의 이미지는 너무도 중요한 아젠다가 되었다. 진실로 우리 학과가 타 대학 동일 학과와 다르다는 차별적 요소가 구체적으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말로만 무성하지 차별화된 학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모두가 가짜 차별화라는 생각이 든다.

차별화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구호가 아니라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로 증명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1학년에서 4학년까지 기업이 요구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교과과정으로 인재를 육성하는 가장 적절한 커리큘럼과 프로그램 도입이 분명해야 한다. 졸업 후 진로가 차별화의 증거가 되기 위해 취업률을 높이는 것은 필수이다. 이를 위해 현장실습. 학기제 인턴 등 현실적인 세부 대책들이 단계적으로 세워져서 운용되어야 한다.

셋째, 현장출신의 교수진 보강이다. 많은 대학에 특강을 나가보면 연구만 많이 하신 교수님들의 연구실 일터란 생각이 든다. 연구중심대학이라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지역의 대학들은 교육중심 대학이며 학생 교육이 중심인지라 기업이 원하는 교육이 보강되어야 한다. 이제 학생들도 바뀌었고 기업들도 바뀌었고 세상도 바뀌었다. 요즘 학생들은 강의실 의존 수업보다 현장 중심의 실무를 좀 더 배우고 싶어한다. 지난 3년간 코로나로 인해 정상적인 수업 진행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은 신입 채용시 학교마다 어떻게 수업을 진행하였는지 면접시 질문한다고 한다. 아마도 코로나 기간에 오히려 현장 실습교육을 통해 실무를 더 진행하는 것이 좋지 않았겠냐는 의견으로 보인다. 연구를 많이 하신 교수님들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교과서 지식도 중요하고 현장지식도 함께 중요하다는 얘기다. 현장실무 중심교육을 위해 그리고 다양한 산학활동을 위해 기업 현장 출신 교수진을 확보하여 학생들의 현장실습교육과 직무지도, 체험지식, 진로상담을 통한 학생들의 사회진출을 적극 도와야 한다.

넷째, 디지털 관련 과목의 증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요즘 패션브랜드 디자인실이나 MD팀 선후배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전해주는 얘기가 바로 디지털 환경으로의 전환이다. 기업의 사무환경 업무환경이 디지털로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비용절감은 물론 각 매장, 유통 바이어들과의 소통시간을 빠르게 하기위해 샘플작업도 3D CLO로 대체하고 있고 품평회 환경도 디지털 패션쇼로 바뀌고 있다. 또한 오프라인의 매출보다 온라인의 매출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학생들은 웹디자인을 전공필수과목으로 이수하게 하는 노력역시 필요하게 되었다. 물론 많은 패션관련 전공학과에서 3D CLO와 패션 메타버스 등 디지털 관련 분야 과목의 증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게 문제다.

며칠 전 정시 마감결과 청주대학교 아트앤패션디자인학과 경쟁률이 무려 8.38:1 이었다. 많은 지인교수님들로부터 축하전화와 문자를 받았다. 물론 나는 이 수치에 만족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과 폐과를 걱정하는 대학들보다 우리 학과가 그 동안 모든 교수님들이 학과의 경쟁력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중의 하나라고 자부한다.

요즘 세대를 ‘검색 세대’라고 한다. 나에게 습관같은 루틴이 하나 생겼다. 무슨 일을 하든 인터넷으로 ‘청주대학교 아트앤패션디자인학과’를 검색하면 어떤 기사와 블로그가 풍성해야 되는지 항상 생각하는 습관이다. 보여주기가 아닌 실제 진정성을 가지고 학생들 하나하나와 세상과 소통하며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 모 대학 교수님 한 분이 학과 보도자료는 누가 쓰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많은 기사가 올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제가 직접 씁니다”라고 얘기했더니 학교와 학과홍보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칭찬을 해주셨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패션관련 학과와 전공에는 패션마케팅 과목이 있다. 각 대학의 패션마케팅 교수가 학과의 넘쳐나는 수많은 기사거리를 그냥 남 일처럼 보고 있는 게 조금은 이해가 안 간다. 실무적으로 직접 챙겨서 패션마케팅의 이론을 입시홍보는 물론 학과 운영에 접목하고 학생들과 함께 학과 마케팅을 해보는 것도 좋을 텐데....
코로나 이후 누구나 어렵고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다. 학생도 교수도 학과도 대학도 힘들지만 누가 더 일해야 할까를 생각하면 정답은 간단하다. 학과와 학생들을 위해 교수진이 직접 디지털로 무장하고 직접 앞으로 나가야 한다.

힘든 시기 지역대학의 좋은 교수란 과연 누구일까? 입시 시즌을 마감하며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나는 지역대학인 우리대학의 좋은 교수일까?” 하고 말이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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