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이새’는 자연과 삶과 전통을 잇는, 가장 우리다움을 추구합니다”

특별 인터뷰 – 이새에프앤씨 정경아 대표
박우혁 기자  패션 2020.04.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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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에프앤씨 정경아 대표(52)에게 인터뷰 도중 ‘이새(isae)’는 어떤 브랜드냐고 물었다. 익히 들어본 자연주의 여성복 이새를 만든 사람의 대답이 궁금해서다. “자연과 삶과 전통을 잇는 브랜드, 가장 우리다움을 추구하는 브랜드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작지만 확신에 찬 답변이 돌아왔다. 단순히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친환경 브랜드인줄 알았던 기자는 순간 이새를 잘 못 이해하고 있었음을 느꼈다.

정 대표는 자신은 일반 패션업체에 근무한 경력도 없고, 비즈니스 방식도 다르다며 인터뷰 하는 것이 조심스럽다고 했다. 에둘러 결이 다르다고 표현했다. 그의 말처럼 이새는 일반 패션 브랜드와 많이 달랐다. 화학섬유를 사용하지 않고 주로 자연소재로 만들었으며, 그 흔한 세일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백화점 커리어 존과 가두점에서 연간 약 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패션사업의 기본인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입소문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한국 전통 생활 문화, 자연에서 얻은 친환경 재료, 자연 염색과 공정무역을 바탕으로 슬로 패션 분야를 개척해 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라이프스타일과 식문화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정 대표를 종묘가 내려다보이는 종로5가 보령빌딩 11층 사무실에서 만났다.

-코로나19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비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패션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이새에프앤씨는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고 있나.
“인류의 삶이 이렇게 바뀌지 않겠냐 하는 것이 순식간에 오는 것 같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계획했던 것들이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이렇게 모든 것이 바뀔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패션사업은 기획과 예측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착잡하다. 우리는 온라인 비즈니스를 전혀 안한다. 홍보마케팅 부서도 없다. 패션사업은 기본인 품질이 중요하다고 보고 소재 개발과 디자인에 신경 쓰면서 매장 하나로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지금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이 무엇인지, 강점이 무엇인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온다고 했다. 지금부터라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패션산업 환경 변화에 잘 대비해 나갈 생각이다.”

-기업 측면에서는 생존의 갈림길에서 장단점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패션산업 측면에서는 온라인 비즈니스와 함께 환경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지속가능한 패션이 더욱 주목을 받을 것 같다. ‘이새’를 런칭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대학교에 다닐 때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전통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연구를 했다. 우리 조상들이 추구했던 삶의 방식, 즉 의식주에서 드러나듯이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은 지속가능한 삶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런 것들을 살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던 것 같다.”

정 대표는 90년대 초반 대학교 의상학과를 졸업하자마자 생활한복을 만드는 곳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출판사인 뿌리깊은나무에 입사했다. 그 곳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면서 고객과 함께 하는 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적성에 맞았지만 얼마 안 가 출판사는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출판사는 문을 닫았지만 정 대표의 답사는 계속됐다. 동호회를 만들어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20대 초중반에 값진 경험을 한 것이다.

-그때 경험이 지금 브랜드 사업을 하는 데 있어 큰 자산이 된 것 같다.
“물론이다. 그리고 답사를 하면서 친구와 함께 생활한복 브랜드 ‘돌실나이’를 만들었다. 돌실나이는 당시 답사를 다닌 곳 중 하나였던 곡성군 석곡에서 만들어진 삼베를 의미한다. 런칭한 지 3~4년 만에 매출이 약 100억 원까지 나왔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패션의 형태가 아니어서 친구와는 각기 다른 브랜드를 운영하기로 했다.”

-돌실나이를 나온 후 만든 것이 이새인가?
“2000년 신사동에 ‘잇빛(itbit)’을 런칭했다. 이후 매출이 안정되면서 본격적인 브랜드 사업을 위해 2005년 이새(isae)로 정하고 2006년 법인을 설립했다.”

이새는 지난해 90여개 매장에서 전년대비 약 10% 신장한 48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친환경 자연주의 여성복을 표방하며 노세일 정책과 온라인 비즈니스 없이 거둔 성과다. 소재와 디자인에 차별화를 두고 품질을 가장 우선시한 결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노세일과 온라인 판매 없이 높은 매출 신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매출도 준수한 편이다. 특별한 영업 전략이 있나.
“특별한 영업 전략은 없다. 패션사업을 하면서 신상품이 나오자마자 세일을 하는 것을 이해 못했다. 이새는 마크업(이윤)을 많이 책정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제품을 잘 만들어서 유통 마진을 감안해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다보니 정상 판매율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 높은 편이다. 아울렛도 없다. 일 년에 한 번씩 원하는 매장에서 할인 행사를 통해 재고를 대부분 소진하고 있다.”

-전통 베틀로 짜낸 모시와 삼베 등 소재가 특별하다. 소재 개발은 어떻게 하나.
“패션을 전공하고 소재 자체에 관심이 많다 보니 예전에 답사를 다니다 보면 개인적으로 제일 먼저 간 곳이 전통시장, 그 중에서도 목이 제일 좋은 곳에 있는 포목점이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태국 등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였다. 포목점에 가면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이 담겨 있는 소재를 볼 수 있다. 그 곳에서 찾아낸 소재들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재가공해 제품에 사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소재를 꼽으라면 어떤 것을 들 수 있나.
“진흙 염색 소재다. 2000년인가 상해에 갔을 때 전통시장에서 진흙 염색 소재로 만든 옷을 처음 접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실크에 진흙을 원료로 염색해 만든 옷은 특유의 빛깔과 질감이 고급스럽고 우아해 자연염색을 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염색하는 곳을 알아보는데, 만 3년 정도 걸렸다. 지금은 그곳에서 우리가 개발해 발주한 원단을 연간 2~3만 야드 정도 사용하고 있다.”

정 대표의 진흙 염색 소재에 대한 설명은 한 동안 이어졌다. 중국 송나라 때부터 만들기 시작해 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염색하고 남은 염재를 땔감으로 사용할만큼 친환경적이다. 진흙 염색 소재로 만든 옷은 종이처럼 가볍고 시원하면서 가죽 같은 질감을 지니고 있어 한 번 입어 본 사람은 또 찾게 된다, 염색을 한 후 2년간 숙성시켜야 한다 등 이야기가 끝이 없었다.


-소재 개발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2006년 법인을 설립하면서부터 디자인개발연구소를 만들어 한해도 안 거르고 연구개발(R&D) 사업을 하고 있다. 연구소는 지금도 본사 두 개 층 중 한 개 층을 사용하면서 원사 개발부터 제·편직, 가공까지 시험을 통해 직접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확보한 국내외 특허권과 디자인권이 45건에 달하고, 이새 제품의 80% 이상이 자체 제작 소재로 이루어진다.”

-공정무역 브랜드 ‘메라하트(mera hatt)’,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소SOH’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핸드메이드 방식으로 만들어진 소재는 특별한 의미와 기능을 가진다. 이새가 사용하는 소재는 벤더를 통하지 않고 생산자와 직거래를 하고 있다. 기업은 공정한 방식으로 생산자와 거래하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게끔 지원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메라하트는 그런 의도를 갖고 2012년에 런칭했다. 2017년에 선보인 소SOH는 이새와 연관되어 있다. 고객들에게 가장 좋은 잔에 음료를 대접하기 위해 제주옹기를 만든 것이 소SOH의 출발점이다. 파리 메종 오브제(Maison&Objet) 등 해외 전시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지금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관심이 많다.”

인도어로 ‘나의 손’을 뜻하는 메라하트는 공정무역과 핸드메이드, 자연주의 감성을 담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패션 아이템을 비롯해 패브릭, 천연 비누 등 다양한 리빙 제품을 갖추고 있다. 소SOH는 한자어 ‘본디 소:素’가 의미하는 기본에 대한 원칙을 바탕으로 오래된 것에 지속가능한 쓰임새를 담아 한국적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제주옹기를 비롯해 장수곱돌, 구례 거믄목기, 담양 대나무 채반, 광덕빗자루 등으로 품목을 늘려가고 있다.

-메라하트와 소SOH 모두 이새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처음부터 패션만 할 생각은 없었다. 이새는 ‘여성들의 집안일’을 일컫는 순우리말이다.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제품이 같이 가야한다고 생각했고, 각 지역의 지속가능한 쓰임새와 가치를 생각하다보니 메라하트와 소SOH가 나오게 됐다.”

-이새를 이야기할 때 자연주의 여성복, 친환경 브랜드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대표님에게 이새는 어떤 브랜드인가.
“이새의 정체성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굳이 표현하자면 ‘자연과 삶과 전통을 잇는 브랜드, 가장 우리다움을 추구하는 브랜드’로 남았으면 좋겠다.”

-몇 년 전부터 지속가능한 패션이 화두다. 글로벌 브랜드를 비롯해 국내 대기업의 패션 브랜드들도 친환경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일찌감치 지속가능한 패션을 해 온 사람으로서 최근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나.
“지속가능의 의미는 옛날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방식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새는 그 중에서 지금 이 시대에 유효한 것들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의 현상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지속가능한 패션을 하나의 트렌드로 해석해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패션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야 한다.”

-끝으로 향후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이새는 한국적인 것에서 출발했다. 정관 스님의 사찰 음식 다큐멘터리는 K-푸드를 전 세계에 알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인 음식일 수도 있지만 외국인들이 볼 때는 슬로푸드의 정수였던 것이다. 이새도 그렇게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잘 활용해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이새는 2018년 네 권짜리 브랜드 북을 발간했다. 브랜드 북 서두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이새는 한국인이 지금처럼 친환경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가지기 전인 2000년, 자연에서 얻은 소재와 전통 기법, 친환경 염색을 현대 패션 디자인에 접목해 옷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긴 노력과 고유한 기법을 바탕으로 2005년에는 브랜드를 런칭했습니다. 점차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의 가치를 깨달으면서, 오랜 세월 지켜 온 이새의 철학과 제품이 더욱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쓰임이 많으면서도 세련된 멋이 흐르는 이새의 옷은 편안함과 즐거움, 아름다움과 새로움을 동시에 만족시킵니다. 자연의 결을 살려 하나하나 손수 제작하는 이새의 살림살이는 슬로 라이프를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동반자가 됩니다.
정 대표의 삶과 경영철학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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