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규 건국대 화학공학부 교수/상허교양대학 학장
시가총액 1조 달러 넘는 플랫폼 기업 속속 등장
최근 시가총액이 1조 달러(약 1,100조원)를 넘는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혁명과 정보화 시대를 거치면서 거대한 플랫폼 기반의 생태계를 보유한 기업들이다. 2021년 4월 기준으로 대략 보면, 애플(미)의 기업가치가 약 2조 1,20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미)가 약 1조 4,000억 달러, 아마존(미)이 약 1조 2,000억 달러이다. 그 뒤를 구글(미), 테슬라(미), 페이스북(미) 등이 따르고 있다. 2020년 국내에서 생산된 모든 재화와 용역의 시장가치를 합한 국내총생산(GDP)이 1조 6,000억불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우리가 일군 한해 농사를 한 푼도 안 쓰고 다 모아도 애플사 1개를 살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국인의 시각에 보면 참 슬픈 일이다.
섬유패션 분야로 눈을 좁혀보아도 규모만 차이가 날 뿐 별반 다르지 않다. 3차례에 걸친 산업혁명을 거치는 동안 미국, 유럽, 일본 등은 글로벌 섬유패션 기업들의 이름을 새로이 바꿔가며 독차지하곤 했다. 듀폰(미), LVMH(프랑스), 도레이(일), 나이키(미), 막스앤스펜서(영), 베네통(이태리)등을 거쳐 최근 SPA 브랜드인 자라(스페인), H&M(스웨덴), 유니클로(일) 등이다. 이들 기업의 연매출은 각각 수십조원 수준으로 국내 섬유패션 시장 규모인 40조원과 맞먹는다. 한 개의 글로벌 섬유패션 기업의 연매출이 우리 시장 전체 규모와 같다는 것 역시 역시 글로벌 섬유패션 기업이 단 한 개도 없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OECD 가입 국가 중에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지 못한 나라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에게 희망이 있기에 비록 지치지만 또 몇 자를 적어고자 한다.
그동안 우리는 산업화 세계 속의 조력자(supporter)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우리의 근면과 성실함, 그리고 신의를 바탕으로 선진국들이 원하는 것을 저가로 우수한 품질로 만들어 주는 놀랄만한 수출기반의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그런데 중국, 동남아, 중남미 등 개발 국가의 추격으로 더 이상 그 위치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의 성공 방정식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선진국들처럼 창조적 리더십을 발휘하며, 더 이상 그들의 것이 아닌 우리만의 것을 만들어내는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을 해내지 못하면 우리는 소비국가로 전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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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디지털전환’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전 세계 산업지형도를 통째로 바꿀만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은 우리가 그나마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흔히 세계 속에서 ‘IT 강국’이라고 불리는 우리의 장점들이 십분 발휘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우리를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구해줄 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전환’에 대해 대부분이 잘 모른다는 것이다. 3차 산업혁명 시대 그 난리를 폈던 ‘디지털 혁명’ 혹은 ‘디지털화(digitalization)’과 잘 구별도 안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디지털전환’에 대해 명확히 알아야만 정확한 대응을 할 수 있고, 그 결과는 우리를 글로벌 기업들을 거느린 글로벌 강국으로 만들 것이다.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하였듯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한 바가 있다.(본지 10호~15호 참조) 생산성과 효율성이 추구되는 산업화 사회에서 다양성과 상황에 따른 맥락, 즉 컨텍스트(context)가 강조되는 혁명적 변화가 4차 산업혁명이다. 이 4차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전환’이다. 우선 이 ‘디지털전환’에 대해 나름대로 명확한 정의를 내려 보도록 하겠다.
‘디지털전환’은 대용량 스토리지, 스마트 센서, 무선통신, 개인미디어 장치 등 ICT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클라우드, 무선통신, 로봇, 3D, SNS 등의 첨단 디지털 기술이 본격적으로 기존 산업, 경제 및 문화, 보건복지, 교육 등 뿐만 아니라 개인의 전 생활영역에까지 융합·적용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혁신을 총칭한다. 이는 3차 산업혁명 시대, 아날로그를 ‘디지털화’하는 것과는 차별화된 개념으로, ‘디지털전환’은 ‘디지털화’를 포함하면서도 추가로 엄청난 속도로 생성되는 엄청난 양의 다양한 데이터를 시작점으로 이를 활용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면, 3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위성과 센서 그리고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기술 등이 아날로그 위치정보를 객관적이고 일반적으로 ‘디지털화’ 시켰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내 스마트폰에 장착된 GPS 센서가 나의 실시간 위치데이터를 파악해 내 주위에 값싼 주유소나 평점이 좋은 맛집 등을 추천해 주고, 길안내를 해주는 ‘디지털전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디지털전환’은 이제 ‘디지털’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감을 뜻한다. 실제 최근에는 COVID-19으로부터 야기된 온라인 세상이 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육은 벌써 2년째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로 진행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회의는 줌(Zoom) 같은 화상회의 서비스로 행해지고 있고, 대부분의 생필품, 의류 등은 온라인을 통해 주문되고 O2O 서비스를 통해 문 앞까지 배송된다.
우리는 생활의 대부분에서 디지털 목소리나 디지털 음악를 듣고, 디지털 얼굴이나 이미지를 보며, 디지털 문자/메세지를 읽고, 디지털 동영상 콘텐츠를 즐긴다. 디지털 위치로 원하는 장소를 찾아내고 안내를 받는다. 최근 암호화 화폐(cryptocurrency)를 필두도 하는 가상자산(virtual asset)도 다 디지털 코드일 뿐이다. 심지어는 최근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까지 등장해서 디지털 세상에서 제2의 삶을 추구하기도 한다.
새롭게 다가오는 ‘디지털전환’ 시대 준비해야
이런 디지털 세상을 가만히 들어다 보면, 그 안에 ‘개인’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산업화 사회’가 만들어 낸 ‘대중(mass)’를 위한 ‘기성품 세상’이 아니라, ‘디지털전환’이 구현해 낸 ‘나’를 위한 ‘맞춤 세상’이 급속히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전환’은 언제 어는 곳에서나 ‘나’를 알아보고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급자가 미리 만들어 놓고, 거기에 맞추어 왔던 우리의 삶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이제 공급자들은 디지털 플랫폼 상에서 개인 소비자들에게 무엇을 원하냐고 물어보고 원하는 것을 만들어 제공한다. 공급자들은 우리 개인들을 도우며 주인으로 섬기기 시작했다. 산업화가 만들어 놓은 공급자 중심인 세상은 ‘디지털전환’으로 다시 수요자 중심인 세상으로 변화되고 있다. 중앙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통제하던 방식은 탈중앙화(decentralized) 시스템 방식으로 각 지역, 해당영역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이는 인류가 수 천년동안 살아왔던 방식의 산업화 이전으로의 회귀이기도 하다.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은 비록 공룡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개인들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추구한다. 에어비앤비(미)도, 유튜브(미), 페이스북(미), 인스타그램(미) 같은 플랫폼들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우리도 이런 세상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한국의 섬유패션 산업도 마찬가지이다. 싸고 좋은 것을 대량으로 만들어 공급하는 것은 우리의 성공모델을 따라하는 중국이나 중남미 국가, 기업들에게 넘겨주고, 우리는 이제 새롭게 다가오는 디지털전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 상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해 수집하고, 이로부터 개별 소비자(혹은 바이어)가 원하는 선호도나 취향, 환경, 체형정보 등의 컨텍스트를 파악해서 그들 각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아직 주인 없는 그런 세상에 과감히 진출해 미지의 대륙에 우리의 깃발을 꽂아야 한다. 그것이 디지털전환 시대에 우리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