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News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동대문과 명동을 가다

박우혁 기자  뉴스종합 2020.03.23 14:41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거짓말처럼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사라졌다”


지난 20일 오후 동대문 두타몰 광장 앞. 금요일인데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절기상 낮이 길어진다는 춘분인 지난 20일 금요일 늦은 오후, 동대문 두타 광장 앞. 작년 이 맘 때 같으면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볐을 이곳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내국인들만 간간히 지나다닐 뿐 옷이 가득 담긴 쇼핑백을 든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도로변에는 그 흔한 관광차 하나 없고, 옥외 광고판은 영업시간을 오전 10시 30분에서 밤 12시로 단축한다는 내용을 전달하기 바빴다. 두타몰의 정상적인 영업시간은 새벽 5시까지다.

이벤트장에서 행사를 하고 있는 한 직원은 “봄 상품을 파격적으로 세일을 하고 있지만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며 “금요일 오후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발길을 돌려 평화시장을 찾았다. 평화시장은 동대문 낮 도매시장 중 쇼핑객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이다. 특히 3월은 각종 야외 행사에 들어갈 옷과 수건 등 사은품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시기다.

하지만 올해는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1층 통로에는 매장 직원과 상가 관계자들만 걱정 어린 얼굴로 담소를 나눌 뿐 손님은 거의 없었다. 이곳이 평화시장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긴 평화시장 내부

30년 넘게 단체복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A사 사장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사스와 메르스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전국의 모든 행사가 취소되면서 거짓말처럼 주문이 뚝 끊겼고, 매장을 찾는 손님들 역시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 상태가 지속되면 자신을 포함해 문을 닫는 상인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3개월 째 지속되고 있는 개점휴업 상태를 버틸 수 있는 소상공인이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그는 “지난달에는 공장 객공을 줄였고, 이번 달에는 매장 직원을 당분간 출근하지 말라고 했다”며 “가게 문도 일찍 닫고 있는데, 이러다가 정말 문 닫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씁쓸해 했다.

동대문에는 30여개 쇼핑몰들이 밀집해 있다. 이중 80~90%가 밤에 문을 열고 새벽까지 장사하는 밤 도매상가들이다. 도매상가들의 주요 고객은 전국의 소매상가와 인터넷 쇼핑몰 업체, 중국 바이어 등이다. 하지만 지금 이들 고객들이 동대문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상가 전체가 셧다운 돼 버렸다.

상가 한 관계자는 “올 초만 하더라도 중국과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사드 이후 얼어붙었던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사람뿐만 아니라 물자의 이동까지 못하게 하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판매와 생산 모두 막혀버린 상태”라고 말했다.

유동인구 70~80% 감소… 영업시간 단축 잇따라


지난 20일 금요일 오후 명동 거리가 텅 비어 있다.

사람들이 사라지기는 명동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명동의 금요일 오후는 한가하기 그지없었다. 발 디딜 틈이 없었던 중앙로는 드문드문 사람들이 지나다닐 뿐 쇼핑객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형형색색의 봄옷을 전시한 쇼윈도 앞조차 구경하는 사람이 없어 한산했다. 의류와 화장품을 비롯해 대부분의 매장 입구에는 영업시간 단축과 임시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폐점 시간이 오후 10시지만 오후 8시로 단축하는 매장들이 많았다.

한 점원은 “봄옷이 나온 지 꽤 됐지만 거의 팔리지 않고 있어 걱정”이라며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지역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손님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 빅데이터센터가 발표한 ‘코로나19 사태 관련 소상공인 시장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9일 930만 명에 달하던 서울 중구 유동인구는 지난달 29일에는 200만 명으로 78.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유동량은 일별 시간당 상존인구를 합한 인구수다. 빅데이터센터는 이를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같은 시기 인구 유동량이 70~80% 줄어든 것으로 추산하며, 소상공인 매출도 크게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화장품 매장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명동은 가두점 뿐만 아니라 롯데와 신세계 백화점 본점이 위치한 곳이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면세점도 있다. 그러나 백화점과 면세점 역시 이번 사태에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확진자가 방문하면서 일부 백화점이 방역을 위해 영업을 중단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의하면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된 지난달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 매출이 30.6% 줄었으며, 이달 들어서도 16일까지 이들 3사의 매출은 평균 35.7%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 명동에는 외국인 관광객 중 한국에 가장 많이 오고, 돈도 가장 많이 쓰고 가는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는 찾아보기 힘들다. 올 1월까지 전년대비 20% 넘게 한국을 찾던 요우커 수가 2월에는 76.1% 급감했으며, 3월에는 감소 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여성복 매장 매니저는 “날씨가 따뜻해졌지만 매장을 찾는 사람들은 평소에 절반도 안 된다”며 “손님이 없을 것으로 우려해 봄 정기세일도 이달 말에서 4월 초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동대문은 국내 최대 패션산업 집적지고, 명동은 국내 최대 패션상권이다. 중국인을 비롯해 해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쇼핑 명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들로 넘쳐나야 할 이 시기에 거리에는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다. 코로나19는 모두에게서 봄을 빼앗아 갔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저작권자 ⓒ K패션뉴스(www.kfashion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s